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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제게, 운명을 믿느냐고 물어본적이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저없이 운명을 믿는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저는 고시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천재들을 봤습니다.

최소 30,000페이지가 넘는 공부량을 소화하며

1년도 안되는, 9개월만에 고시1차를 패스하고 그 후 4개월만에 2차를 패스해 사무관, 회계사, 변호사가 된 사람들.

그 주변에서 들러리나 해주는 장수생으로 살다가 결국 6년간의 고시를 포기하고 세상에 나온 지금,

나는 또 다시 천재들의 세상에 갇혀살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수식, 보도듣도 못한 창의적인 코드를 만들어내는 천재들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이미 세상을 바꿔나가는 일을 시작한 선구자들.

혹은 천재는 아니더라도 이미 일찍 자신의 업을 시작하여 석사와 박사를 따내고

이미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몫을 당당히 해내는 주변사람들.

난 표류하고 있습니다.

내가 배우고 익힌 지식은 너무나 흔한 것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그것도 어떤 경지를 이루지 못 한 채로,

내 길은 거기서 끝나버렸습니다.

나는 그런 천재의 능력도 없거니와, 남들처럼 일찍 시작할 기회도 놓쳐버린 후발주자.

그래도 한때 병가(兵家)에 몸담았던 저로서, 어떤 공세전환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

우습게도 저는 이런 시기에 '낭만'을 찾으려고 합니다.

평생을 거렁뱅이 한량으로 살아온 한고조 유방이 군사를 일으킨 나이는 40대 , 황제가 된때는 50대라고 합니다.

아무 밑천도 없고, 특별히 눈에 띄는 재능도 없었던 한 사람이 수많은 쟁쟁한 군웅들을 제압해 일통천하를 이룬것은 그가 아마도 그럴 '운명'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운명....'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단어에 인생을 맡겨버리는 것이 무모하고, 무지해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합리적, 논리적 근거로도.

세상의 어느 한 조각이라도 베어 물고 싶어하는 저를 살려둘 이유를 찾을 수 없기에.

저는 이런 비합리적 비논리적 단어에 인생을 걸어보려합니다.

예술적인 인생을 살려는 사람은 너무 뒤를 돌아보아선 안됩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거기서 끝나버리기 때문이죠.

결승선을 보며 달려가서도 안됩니다.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천재들을 보는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발끝만 보며 달리거나, 혹은 별을 보며 걷겠습니다.

운명을 믿음으로서 저는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을것이고, 꿈에 취함으로서 지금의 비참한 현실도 외면할 생각입니다.

그 언젠가

너는 천재도 아니고, 선발주자도 아닌데, 무슨 자신감으로 이 단상에서 저들과 어꺠를 나란히 하려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그럴 운명입니다. 라고.

인생은 온 마음을 쏟아가며 공들여 살아야 되는 것, 넘어져 깨어지면 울부짖고, 언제 누가 훔쳐갈까 전전긍긍 아둥바둥 살 것이 못됩니다.

인생은 그냥 사는겁니다. 하루하루 그냥 살겠습니다.

이건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게 아닙니다.

그 어떤 성공, 그 어떤 실패가 오더라도

실패의 상심이나 성공의 희열로인한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단지 하루를 덤덤히, 멈추지 않고 꾸준히 살아가겠다는 뜻입니다.

....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지장보살.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